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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이야기2007. 8. 1. 10:20

 김영건 | 2007.08.01 | LG경제연구원 주간경제 947호

애플의 이동통신 시장 진입은 시장점유율 측면에서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와 컨텐츠 확보 경쟁, 그리고 하이컨셉 기업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지난 6월 29일 출시된 아이폰이 미국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출시 일주일 만에 100만대가 팔려나가자 반신반의하던 시장조사기관과 언론은 아이폰의 성공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연일 관련 정보와 판매실적을 쏟아내기 바쁘다. 또한 출시 이전만 해도 아이폰의 영향력을 평가절하하던 휴대폰 제조 업체들도 아이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관심은 비단 ‘아이폰’ 이라는 제품 자체 때문만이 아니라 과거 ‘아이팟’을 통해 MP3 시장을 장악한 애플의 위력을 우리 모두 기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폰이 이동통신 후발업체로서 과연 아이팟과 같이 시장 판도를 뒤엎는 결과를 만들지에 대한 논란에 가려 오히려 이동통신 시장 전체에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은 가려지는 모습이다. 아이폰의 특징과 강점을 살펴보고 아이폰 출시가 기폭제가 되어 나타날 새로운 시장 기회, 게임룰 변화, 위협요인 등을 진단해 보고자 한다.
 
아이폰의 강점
 
아이폰이 소비자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디자인의 우수성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1.1 cm의 얇은 두께와 3.5인치의 터치스크린으로 군더더기 없는 아이폰의 모습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이는 ‘애플 컴퓨터’시절부터 축적해온 설계 능력,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 노하우 그리고 OS(운영체제)능력 때문에 가능했으며, 이들이 없었다면 아이폰은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을지 모른다.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 했듯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오직 ‘소비자’만 생각한다는 애플의 철학과 OS 능력이 결합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아이폰이 가지는 또 하나의 차별성은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한 컨텐츠 서비스 모델이다. 애플은 아이팟의 성공 요인인 아이튠스 사업모델을 아이폰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그래서 아이팟을 써 본 고객이라면 누구나 쉽게 아이튠스를 통해 영화, 음악 등의 컨텐츠를 아이폰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용자 경험 극대화를 통해 애플은 아이튠스에 접속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추가함으로써 아이튠스를 통한 컨텐츠 수익 증대라는 효과도 이끌어 냈다. 시장조사기관인 CIBC World Markets이 조사한 설문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54%가 MP3 음악을 듣기 위해 아이팟과 아이폰을 모두 계속 사용할 것이라 대답했다. 
 
아이폰, 정말로 위협적일까
 
이상의 강점들을 바탕으로 아이폰은 당분간 인기몰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아이폰은 휴대폰 시장의 경쟁구도를 뒤흔들며, MP3 시장에서의 아이팟과 같은 위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MP3 시장과 이동통신 시장은 매우 다르며,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아이폰이 아이팟과 같은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애플은 2008년 말까지, 아이폰을 전세계에 1,000만대 공급할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IDC에 따르면, 2008년 전세계 총 휴대폰 단말기 시장을 12.2억 대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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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그림 1> 참조). 더욱이  1,000만대를 판매하기 위해서도 애플은 다음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애플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2007년 말 유럽에 이어 2008년 아시아에도 아이폰을 계획대로 출시해야 한다. 하지만 AT&T와 같은 시장 지배력을 가진 유럽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가 Vodafone 정도에 불과하다는 현실 속에, 과연 지금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적용해 Vodafone과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또한 499달러, 599달러에 이르는 가격과 제한적 모델도 문제다. 플래쉬 메모리 용량에 따라 2개로 나뉘어진 지금의 제한된 모델 구조로는 시장확대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덧붙여 과거 모토로라의 레이저(RAZR)폰 판매 추이에서도 나타났듯 1,000만대 이상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가격 인하가 동반 되야 할 것이다. 결국 애플의 목표 달성 여부는 미국 내 열성 고객층과 교체수요를 흡수하는 수준인 200만대를 돌파한 이후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아이폰은 시장점유율 관점에서는 일부 언론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빅 5(노키아, 모토로라, 삼성전자, 소니에릭슨, LG전자)로 과점화된 시장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섣부른 판단이다. 따라서 1,000만대, 시장점유율 몇 퍼센트와 같은 정량적인 수치에만 관심을 국한시키기 보다는 아이폰이 향후 이동통신업계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폰이 촉발시킬 새로운 변화요인에 대해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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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 이동통신 시장에 던지는 화두
 
● 휴대폰에서 PC를
 
먼저 아이폰의 등장은 스마트폰 시장 성장을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은 동영상, 음악, 이메일, 웹서핑 같은 PC 기능과 이를 제어하는 OS(운영체제), 그리고 통화기능이 융합된 모바일 디바이스를 일컫는다. 아이폰은 이전의 스마트폰에 비해 혁신적인 디자인과 편리한 UI(유저 인터페이스)로 언론과 소비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으나, 지금까지는 대부분 기업 고객시장을 중심으로 보급되어 왔다(<그림 2> 참조). 그러나 아이폰은 일반 소비자의 잠재 니즈(needs)를 자극해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도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될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첫째, 아이폰의 등장은 일반 소비자들 마음 속에 스마트폰의 이미지와 기능을 확실히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본을 제외한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스마트폰이라는 형태의 디바이스에 큰 관심이 없거나, 스마트폰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제품들에 실망해 왔다. 하지만 아이폰은 터치스크린, 가상입력 키, 풀웹브라우징 등과 같이 기존의 스마트폰이 완벽히 구현하지 못하던 기능을 통합해 감성적인 디자인 안에 구현해 냈다. 또한 언론에 아이폰의 각종 기능이 소개됨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스마트폰이라는 제품형태를 각인시키고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는 앞으로 일반 소비자가 휴대폰을 구매할 시, 스마트폰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단말기를 고려대상군에 넣고 검토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둘째, 아이폰의 출시는 기존 스마트폰 회사들을 자극해 새로운 기능, 편리한 UI(유저인터페이스), 혁신적 디자인을 가진 스마트폰 개발이 더욱 가속될 것이다. 마치 모토로라의 레이저(RAZR)폰이 휴대폰 업계에 슬림폰 열풍을, 소니에릭슨의 워크맨폰이 뮤직폰 열풍을 불고 온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제품 출시 활성화와 이와 맞물린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은 이 시장을 관망하던 기존 휴대폰업체들 역시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어 가격이 하락하고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촉매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튠스와 결합된 아이폰의 등장은 애플을 제외한 스마트폰 단말기 업체와 이통사간의 연대를 더욱 강화시켜 스마트폰 시장을 확대시킬 전망이다. 현재 이통사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모바일 컨텐츠 비즈니스를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데, 원활한 컨텐츠 서비스를 위해 스마트폰의 비중을 점점 늘려 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모바일 컨텐츠와 스마트폰 시장 규모를 모두 늘리는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이처럼 아이폰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저가폰 확장에 따른 ASP(평균가격)하락 등으로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기존 휴대폰 기업들에게 스마트폰 시장 확대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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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 효율화에서 컨텐츠로 업그레이드
 
아이폰의 등장으로 휴대폰 산업에서 플랫폼이 갖는 의미가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수 년 동안 휴대폰 기업들의 주요 관심사로 ‘플랫폼’이 빠지지 않았다. 과거 가격, 디자인과 같은 경쟁요소를 바탕으로 차별화하던 휴대폰 기업들이 이 경쟁요소들을 최적화해 담아낼 수 있는 플랫폼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휴대폰 시장 부동의 1위인 노키아를 살펴보면 ‘플랫폼’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노키아의 플랫폼 당 핸드폰 출하량은 1,900만대에 이르러 나머지 4개 사의 합보다 많다(<그림 3> 참조). 노키아는 경쟁사보다 효율적인 플랫폼 운영을 통해 원가경쟁력과 신속한 제품 대응 등의 장점을 살려 부동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폰은 플랫폼의 효율성 외 컨텐츠와 연계된 플랫폼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애플의 OS X 플랫폼은 아이튠스와 결합되어 단말기 판매 수익 이외에도 영화, 음악 등의 컨텐츠 수수료 등의 수익을 애플에게 안겨 줄 것이다. 앞으로는 휴대폰 제조사들의 수익 중, 휴대폰 제조로 얻는 부가가치 외에 차별화된 컨텐츠 판매를 통한 수익의 비중이 점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아이폰이 몰고 올 또 하나의 변화로 하드웨어 역량 중심에서 플랫폼 기반의 컨텐츠 서비스 역량 개발이 새로운 경쟁요소로 부각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컨텐츠와 연계된 비즈니스 모델을 본격화 하기까지에는 다음과 같은 걸림돌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장애요소로 통신 인프라 측면에서의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국가/지역/서비스 사업자 별로 통신규격이나 통신 세대(2G, 2.5G, 3G 등)가 상이하여 이용 가능한 컨텐츠의 양과 종류를 제한한다. 이러한 점이 컨텐츠의 범용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 
 
또한 지역별로 소비자 니즈가 달라 휴대폰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지역별로 컨텐츠를 차별화해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 과연 아이튠스와 결합한 아이폰이 유럽 시장에서도 성공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거 아이팟의 시장침투 내역을 살펴봤을 때 미국 내에서는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으나, 유럽이나 기타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보급이 미진했다는 점을 통해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통신시장의 주도권을 휴대폰 제조사가 아닌 이통사가 가지고 있다는 점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휴대폰의 경우 전통적으로 서비스 사업자를 통한 클로즈드 마켓 유통이 지배적인 제품이다. 최근 오픈 마켓 유통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전 세계 휴대폰의 50% 이상이 서비스 사업자를 통해 팔리고 있다. 이런 이통사는 일찍부터 콘텐츠 개발을 통한 수익모델을 개발해 왔기 때문에 휴대폰 제조사들이 자체적으로 컨텐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다. 왜냐하면 일부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앞으로 소비자는 애플 등 제조업체가 제공하는 아이튠스와 같은 플랫폼의 경험에 익숙해지고 종속(Lock in)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휴대폰 기업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컨텐츠 서비스 모델들이 시도되겠지만, 당분간 의미 있는 규모의 수익원을 만들어내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컨텐츠 서비스를 둘러싼 휴대폰 제조사와 이통사 간의 주도권 다툼이 가속되고, 모바일 컨텐츠 시장이 확대된다면 차별화된 컨텐츠 서비스가 휴대폰 기업들의 새로운 주 수익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 아이폰, 하이컨셉 기업 출현의 신호탄 될 듯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아이폰은 산업 내 카테고리로서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컨텐츠와 디바이스가 결합된 아이튠스와 같은 새로운 사업모델의 유효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는 거대한 빙산의 일부일 수 있다. 이보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아이폰의 등장이 휴대폰 산업에 ‘하이컨셉’기업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컨셉 기업이란 독특한 아이디어와 창의력에 기반한 새로운 컨셉과 이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실제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무기 삼아 성장하는 기업을 말한다<주간경제 944호, 「하이컨셉의 시대가 열린다」 참조>. 애플은 휴대폰 제조역량이나 통신 산업에서의 사업 경험이 전무하지만, IT 산업 경험, 독창적인 제품 기획과 킬러 어플리케이션, 그리고 강력한 브랜드를 바탕으로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며 휴대폰 시장에 당당히 입성했다.
 
이는 그 동안 기술적 혁신과 디자인에 역량을 집중하던 휴대폰 제조업체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혼하이 정밀과 같은 대만 EMS(Electronic Manufacturing Service) 업체의 휴대폰 제조 역량이 쌓이면서 제조업 기반의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보이고 있는 구글, 야후 등은 이미 휴대폰 업체와 제휴를 맺고 구글폰, 야후폰을 출시하고 있다. 때문에 극단적으로 이들 업체들이 이통사 그리고 EMS 업체와의 협력모델을 통해 직접 휴대폰 시장에 진출하는 사업 모델도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닌 것이다. 한편 소니에릭슨이 소니의 게임을 기반으로 PSP(Playstation Portable)폰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게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과 브랜드를 가진 닌텐도 역시 닌텐도DS폰을 출시하지 못할 것이라 단언할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이제 기존 휴대폰 제조사는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이 같은 시장교란자와의 협력을 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어떤 무기를 가지고 이들과 경쟁해야 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이폰은 서막에 불과할 수 있다. 산업 간 컨버전스, 모바일 환경조성, EMS 활성화 그리고 아이폰의 성공은 앞으로 휴대폰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요건으로 작용하고, 하이컨셉 기업이 휴대폰 산업으로의 진출을 검토하는 전기가 될 수 있다. 이제 아이폰의 성공을 바라 보는 관전 포인트를 달리 보자.  <끝>

Posted by 정훈온달